자기소개서

테크니컬 아티스트가 갖춰야 할 역량은 프로젝트마다 다르고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 가지에 집중 해왔습니다.

통찰력

첫번째는 미학에 대한 통찰력입니다. 특정 사물과 현상의 이치에 대해 이해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에픽게임즈는 퀵셀(Quixel)을 인수하여 언리얼 엔진에 메가스캔(Megascan)의 포토-리얼리스틱(Photo-Realistic) 에셋 라이브러리를 탑재했고 어도비(adobe)는 서브스턴스(Substance) 시리즈로 유명한 알레고리드믹(Allegorithmic)사를 인수하여 여러가지 DCC 툴을 공개했습니다. 최근에 가장 화제가 되는 생성형 AI 기술이 업계에 전체에 아주 큰 영향력을 끼치는 사건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처럼 아티스트 주변에는 최신 기술이 반영된 매우 편리한 툴이 주변에 많으며 생산성을 향상 시킬 수 있는 최신 기술에 민감해야 합니다.

하지만 도구와 기술을 남용하게 되면 아티스트는 미학의 원리를 잊어버리고 도구의 편리함에 익숙해지게 됩니다. 컴퓨터 그래픽스 기술의 진보에 의해서 아티스트 대신 도구가 알아서 예쁘게 해주는 세상이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구에 의존하는 사람은 금방 자신의 한계와 마주합니다. 작업자의 역량 중에서 유용한 툴의 사용과 능동적인 응용력도 중요하지만 아티스트에게 있어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아름다움의 본질과 근원에 대한 탐구이며 자연의 물리 법칙에 대한 이해입니다. 아무리 좋은 툴이 등장한다 하더라도 이러한 원리는 결코 변하지 않습니다. 훌륭한 상용 엔진인 언리얼이나 유니티의 소스코드를 들여다보면 게임 엔진들은 모두 현실의 구성요소들을 디지털 언어로 모방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호평 받는 게임 그래픽은 항상 자연의 이치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테크니컬 아티스트는 자신의 결과물이 왜 예쁜지 혹은 그렇지 않은 지를 항상 생각하며, 동료 작업자를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저 역시 항상 이유에 대한 설명을 준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왜 어떻게 아름다운가를 미학적으로 논할 수 있으려면 근본에 관한 탐구를 멈춰서는 안 될 것이며, 그 방법은 논리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한 통찰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대의 진보에 따라 최신 기술이 반영된 도구가 발명된다 하더라도 통찰력을 가진 사람들은 점토를 주무르듯 마음 내키는 대로 다루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저는 그들을 대가(大家)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위대한 개발자들은 시간이 흘러 게임 시장과 트렌드가 변하고 세대가 바뀌고 늙어 가는 것에도 전혀 겁내지 않았습니다. 굳이 최신 트렌드를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어떤 것에 매력을 느끼는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통찰력을 잃지 않는다면 시간이 흘러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급진적인 변화가 찾아온다 하더라도 개발자를 두렵게 할 수 없습니다.

의사소통 능력

두번째는 자신의 전문 분야를 제외한 다른 분야에 대한 넓고 얕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의사소통 능력입니다. 유명한 게임 개발사 밸브 코퍼레이션에서 채용하는 ‘T자형 인재’가 대표적인 예시라고 생각합니다.

최신 기술의 진보에 의해 생산성이 극적으로 향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퀄리티와 적절한 플레이타임을 보장하는 게임은 혼자 개발하기에는 너무나 어렵습니다. 업계에서 높은 평가와 성공을 거둔 받은 1인 개발자들의 면모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의 공통점은 디렉터, 기획자,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등등의 역할을 본인 내면에서 철저히 분업하여 생각할 수 있는 사람만이 대단한 게임을 내놓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저를 포함한 대다수 개발자들은 자기 전공을 제외한 영역에서는 별로 대단하지 못합니다.

비록 규모도 작고 몇년 되지않는 경력이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자신 있게 주장할 수 저 혼자선 성공도 실패도 못 해 봤을 것이라는 교훈이었습니다. 개발자에게 핵심적으로 요구되는 능력은 상호 간에 원활한 의사소통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트와 기술을 연결하는 브릿지의 역할을 하는 테크니컬 아티스트에게는 더욱 중요합니다.

의사소통 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넓고 얕은 배경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과 특정 주제로 소통하려면 같은 언어와 전문용어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을 적절히 비유하는 오래된 우화중 ‘장님과 코끼리’ 이야기가 있습니다. 코끼리의 귀를 만진 장님은 코끼리는 얇고 펄럭펄럭한다고 주장할 것이고 코끼리의 다리를 만진 장님은 코끼리는 투박하고 딱딱하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대화를 듣고 나서 두 눈이 멀쩡한 사람은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 모두 맞습니다. 하지만 이야기 한 것이 모두 다른 것은 여러분들이 코끼리의 각기 다른 부위를 만졌기 때문입니다. 코끼리는 여러분이 언급한 모든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발자 모두가 자신의 업무와 관련이 있는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가진다면 훨씬 더 유연한 수준의 협업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소통에 대한 원칙도 중요합니다. 거짓말하지 않아야 합니다. 개발자들 간의 소통은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유지됩니다. 잘못된 정보를 알리거나 받게 되면 모든 부서에 혼란이 찾아옵니다. 정보를 재검토하는데 들어가는 커뮤니케이션 비용으로 프로젝트 전체가 지연됩니다. 개인적인 감정으로 회사 전체의 공익을 저해하면 안 됩니다. 공과 사 구분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내가 가진 패를 다 드러내야 합니다. 자기 비전이나 목표와 다른 직무를 억지로 계속 수행하는 것은 장기적인 능률이 떨어집니다. 조직에서 자신의 한계와 목표를 인지시켜야 합니다.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 일을 똑 부러지게 못을 박아야 합니다.

자기관리

마지막 세번째는 항상성을 기반으로 한 자기관리입니다. 게임 개발자를 업으로 삼는 사람은 은퇴하는 순간까지 개발 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생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리한 일정을 진행하는 직원이 우대받는 사회적 통념과 달리 정기적인 건강 점검과 운동 계획 실천, 신체 나이에 맞는 수면 시간 유지, 흐트러짐 없는 일정한 생활 패턴이 항상 최상의 능률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일 것입니다.

하지만 자기 관리가 완벽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개발 환경에 문제가 있다면 본연의 실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환경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피스에 문을 열고 들어서는 것만으로 업무에 대한 태도와 몰입감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개발 환경에서 집중을 방해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배제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며 온전히 자기 자신을 위해 맞춰진 환경을 구성하는 것에 주력해야 합니다.

적절한 휴식 역시 중요합니다. 오랫동안 과중한 업무를 지속할 경우 필연적으로 능률이 감소합니다. 사람의 컨디션이란 마치 우물과 같아서 물을 모두 퍼내 버리면 물이 다시 찰 때까지 시간을 주고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